[Q.E.D. 증명종료 리뷰] 판타지 만화가 아닌 진짜 '추리' 만화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Q.E.D. 증명종료 리뷰] 판타지 만화가 아닌 진짜 '추리' 만화

박청경 | 2018. 4. 27. 12:00



  추리라는 장르를 즐기는 사람의 심정은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수학자의 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문제를 내는 사람이고 독자는 그 문제를 푸는 사람, 즉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라는 작가는 <월광게임~Y의 비극 88~>의 해결편 직전에 독자에게 '정보는 모두 주어졌으니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라는 식의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인기를 끈 추리만화인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등은 추리 장르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 이들 만화는 독자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기를 기다릴 뿐인 만화가 되었다. 


  김전일과 코난의 전개 방식에서는 증거도 무엇도 그 자신만이 알고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탐정의 초인적인 추리능력을 보여주기에는 적합할 지 모르나 추리라는 장르 특성에는 맞지 않는다. 결국 독자는 도전하기를 포기하고 그들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게 된다. 최근엔 그 트릭 마저도 판타지에 가까운 수준이 되어 버리기도 하였고.


  결국 정통 추리만화라는 장르에 목이 마른 독자들은 다른 만화들을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대 산맥에 묻혀 성장하지 못했던 추리 만화계는 어딘가 본 듯한 작품만이 널려있었는데... 정말, 아는 사람만 알던 그 작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연재한 월간 만화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작품이 발견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Q.E.D. 증명종료이다.


  카토 모토히로의 장기 월간연재작 Q.E.D. 증명종료는 한 에피소드의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한다. 제목인 Q.E.D. 는 라틴어 Quod Erat Demonstrandum 의 준말로 "이와 같이 증명되었다"라는 의미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되었을때에 하는 말이며 만화에서 이 말이 나온다면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었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토마 소는 MIT를 졸업하고도 일본 고등학교에 편입해 들어온 괴짜 천재로, 이 작품의 탐정역이다. 여주인공인 미즈하라 가나는 토마와 같은 반이며 이 작품의 조수, 즉 왓슨 역이다. 주로 가나가 사건을 들고오면 토마가 그것을 해결하는 식이다. 


  월간연재를 하기 때문인지 한 화에 사건과 해결편이 동시에 들어있으며, 각 에피소드는 각자가 마무리 지어져 있다. 어떤 에피소드가 다른 에피소드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만화를 1권을 뽑든 50권을 뽑든 그림체의 변화 말고는 딱히 거리낄 것이 없다.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당히 공정하다는 점이다. 작중에서 토마가 아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토마가 모르는 것은 우리도 모른다. 정보 공개에 있어 작가는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시한다. 또한 QED라는 사건해결 문구가 등장함에 따라, 독자는 정보가 충분히 제시되었음을 인지하고 만약 독자 나름의 추리가 없을 경우 되돌아가 다시 도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은 추리 오타쿠들 많이 좋아하는 마니악한 만화인가? 이 만화 인지도를 보면 마니악해 보이지만, 사실 내용 자체는 매우 교양서적에 가깝다. 주인공은 수학과 물리학 천재이고 그에 대한 주제가 많이 다루어지는데, 조수인 가나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아이이므로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동시에 독자에게 설명해준다. 


  그 덕에 물리학이나 수학에 대해 얕게나마 지식을 더해주며, 또 그것이 단순 설명에 그치지 않고 만화 장르 특유의 그림과  스토리에 덧붙어서 매우 이해하기 쉽고 흡수하기도 쉽게 다가오게 만든다. 


  스토리도 또한 냉정한 천재들의 싸움이 아닌 인간적이고 드라마적이다. 냉정하고 논리적인 토마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가나의 비중이 아주 절묘해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만족시킬 수 있다. 추리를 원하는 독자는 독자대로, 드라마를 원하는 독자는 또 그 독자대로 만족할 수 있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아낸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당신이 서점에서 우연히 이 만화를 접한다면, 그것이 1권이든 28권이든 50권이든 상관없이 그냥 한번 사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 권마다 2개의 에피소드가 있고 모두 그 안에서 완결되어 있으므로 읽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추리 장를 좋아한다면 물론이고,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면 추리 장르를 입문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만화책이다.


  


상상(詳上)리뷰/고래가 읽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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