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3. (180429)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산다이바나시 #3. (180429)

박청경 | 2018. 4. 29. 19:12

  기다려 달라고 말한 그녀는, 심연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떠났다. 나는 웃으며 배웅했다. 승강장의 의자는 딱딱하다. 노잣돈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그리 적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난다. 우울한 표정도, 밝은 표정도, 화난 표정도 떠나간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노인이 되어버린 백발의 그녀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렸나요, 여보?"

  "30년이라니 길어도 너무 길지 않아요?"

  "먼저 가버린 당신 탓도 좀 있는데."

  "그것도 그렇군."

  우리는 손을 잡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먼저 가서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당신이 아내여서 고마워요."

  "저도, 당신이 남편이라 고마워요."

  엘리베이터는, 우리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심연으로 떠났다. 얼마간 승강장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이내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주제 단어 : 심연, 승강장, 백발

시간 :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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