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리뷰] 당신의 원점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리뷰] 당신의 원점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박청경 | 2018. 3. 30. 12:00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으로 쓰겠으나 거슬리다 싶으신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십시오."


  누구에게나, 조금 머리가 굵어져버린 사람이라면 하나씩은 이루지 못하고 놓쳐버린 꿈이 있을 것이다.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는 매일같이 꿈을 꾼다. 어제는 소방관, 오늘은 축구선수, 내일은 마술사일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그렇게 꿈을 꾸도록 태어났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놈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에게만 유리한 거래를 한다. 현실과 타협하거나, 굴복하거나. 그 거래에서 이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그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과 존경의 아이콘이 된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 타협해버린 사람에게는 그사람 자체가 꿈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꿈으로.


"PLUS ULTRA(더욱 그 너머로)!!"


◎결코 짧지 않은 1화 요약...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 소년은 매우 소심하고 아무런 개성도 없었다. 아무 개성도 없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 만화 안에서는 '개성'이라는 이름의 초능력이 존재하고, 세계 총 인구중 80%가 이 개성을 지니고 태어나게 된다. 소년은 세계 총 인구 중 20%, 소년의 세대로 한정하면 1% 이하에 해당하는 '무개성자'였다.


  그래도 소년에겐 한 가지 꿈이 있었다. 바로 개성의 발현 여파로 생겨나게된 초 인기직업, '히어로'가 되는 것. 물론 개성이 있는 것이 전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꿈이고, 주위에서는 모두 그의 꿈을 비웃는다. 


  소꿉친구한테는 "자살다이빙이라도 해서 다시 태어나 보는 건 어때?"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부모님조차 다른 말을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해온 과거는 그의 무거운 짐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꿈을 꾸게 된 계기, 최강의 히어로 올마이트. '그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력한 동기였다. 


  어느날, 소년은 올마이트를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다. "개성이 없어도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답을 해줄 히어로 올마이트는 이미 누군가에게 강한 상처를 입고 후유증에 하루 세시간 남짓밖에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 최강의 히어로조차 이렇게 상처입어가며 버텨냐야 하는 길을 '개성'없이 가능한가? 올마이트는 "내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줄 수 없다"며 사실상 부정의 답변을 내놓는다.


  소년은 그때서야 꿈을 포기할 수 있었다. 최강의 히어로, 내가 꿈꾸던 히어로한테마저 꿈을 부정당하고 말았다. 꿈한테 꿈을 부정당하는 것 만큼 잔인한 확인사살이 어딨을까. 그런 소년 앞에, 어떤 범죄자가 자기 또래의 소년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범죄자는 올마이트가 쫒던 범죄자였고, 소년과 이야기 하는 도중에 올마이트는 하루 활동 시한이 끝나버려 더는 히어로로써 활동할 수 없다. 


  범죄자의 개성이 너무 강력한지라 다른 어떤 히어로도 손을 쉽사리 대지 못하는 상태. 무력한 소년도, 무력해진 올마이트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나는, 인질로 잡힌, 소년의 소꿉친구의 괴로운 얼굴.



  소년은 달려나갔다. 다른 어떤 히어로도, 그 올마이트마저도 나서지 못했던 때에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았던 친구 한 명을 구하기위해 개성없는 소년이 달려나갔다. 그 스스로도 어째서 그럴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울상인지 웃음인지를 지으며 한 그 한마디가, 최강의 히어로의 원점을 깨닫게했다. 겨우 시간이 다 됐다는 말로 숨어있던 자신을 자책하며, 프로로써 목숨을 걸 기세로 등장해 소년들을 구해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 소년을 만나 자신이 한 말들에 대해 사과한다. 그리고, 딱 한마디의 첨언을 한다.


"너는,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PLUS!!
  보통 많은 주인공들은 주인공 같아 보인다. 멋있거나, 쾌활하거나, 엄청 센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만화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만화를 보는 독자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인물로, 작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인기있을 인간상을 그리기 마련이다(사회고발류 등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지만 소년 만화의 경우 대부분). 

  하지만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폭언을 들어도 아무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씨부렁거리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인기를 끌 요소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주인공이다. 그러면 어째서 이 작품은 그러한 주인공을 내세운 것일까? 당연하겠지만 이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 만화 속 세계에서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 천지다. 가장 만화를 많이 읽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만화의 주인공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그에게 깊은 공감을 하기에는 어렵다. 현실이라는 벽은 너무도 높기 때문이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을 택했다. 

  그렇다고 너무 답답해서 보기에 지치는 주인공도 아니다. 주인공다운, 꿈에대한 매우 강한 열망. 그리고 그 꿈을 뒷받침하는 노력. 자연스레 독자는 주인공에게 공감함과 동시에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이 초반에 매우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고도,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에 뛰쳐들어버리고 마는 모습은 독자를 소름돋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근성론으로 치부하여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히어로 계 명문이자 올마이트의 모교인 유에이 고등학교에 주인공이 진학하자마자 담임에게 듣는 말은 다음과 같다.


  최강의 히어로가 인정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풋내기에 불과하며, 그 최강의 히어로만큼 엄청난 능력과 센스를 지니고 있지도 않다. 단순히 그가 봐주는 것만으로 모든것이 해결되지는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도 사람이고, 소년도 사람이기에. 아주 정확한 통찰이다. 눈여겨 볼것이 이런 말을 한 담임선생이다.



  올마이트가 주인공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상을 말하는 선생님이라면, 이 담임선생은 주인공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현실을 말하는 선생님이다. 이 담임선생은 폭주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브레이크를 걸고, 옳은 길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라 옳은 길로 나아가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올마이트는 이런 선생으로서의 역할은 빵점이었기 때문에(...), 이 담임이 꾸준하게 주인공이 나아갈 길을 고쳐줌으로써 주인공은 기반을 닦아갈 수 있다. 


  이상도 현실도 어느 한쪽만을 추구하다가는 비뚤어지기 십상이다. 올마이트와 담임, 이 두 선생의 배치는 매우 훌륭한 것으로 시작조차 못했을 때에는 올마이트의 비중이 높고, 당장의 기반이 없는 주인공일 때는 담임의 비중이 높으며 어느정도 닦아진 이후에는 둘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진다.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주인공의 성장을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이전 리뷰때에도 그랬지만, 이 작품도 파워밸런스라는 것이 아주 절묘하다. 이후 주인공은 학교의 시험이든 쳐들어온 범죄자든 여러 전투를 겪게 되는데, 당연히 주인이라서 이기는 게 아니다. 잘 찾아보면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명확하게 쓰여있다. 아무리 이길 것 같지 않아도 이러이러한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따내는 모습은 정말 숨을 막히게 만든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minurs...

  다만 완전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도 단점은 있다. 인물로 보자면 2명이 아주 큰 문제인데, 아까 말했던 주인공의 소꿉친구, '바쿠고 카츠키'와 유에이에서의 반 친구인 '미네타 미노루'이다. 


  바쿠고 카츠키는 아까도 언급했듯이 매우 폭력적이며 폭언을 일삼는 소년이다. 자살조장 발언을 내뱉기도 했으며 주인공을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내며 소심한 성격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작품이 진행되며 그의 속내가 드러나고, 폭언과 폭력도 줄어 점점 재평가받고 있으나 초창기의 안하무인적 행보는 확실히 이 작품을 들어오는데에 장벽이 될 수 있다. 


  미네타 미노루라는 인물은 조금 심각한 사례인데, 이 캐릭터가 성희롱 캐릭터라는 점이 그렇다. 계속 여자몸을 만지고 싶다느니, 합숙할 때 열쇠피킹도구와 소형드릴을 찾는다든지 도를 넘은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행동에 대해서 물론 다른 캐릭터들은 매우 비판하고 싫어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실패한다곤 해도) 결국은 제대로 막지 못한다. 최근 들어서는 애초에 엑스트라급 캐릭터였는지 등장 자체가 많지 않고 성희롱 발언을 한 직후 물리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등 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애초에 그런 캐릭터를 긍정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나온 이상 이 또한 비판점이다.


  그 외에 그림체라거나 스토리 등, 호불호에 따라 갈리는 정도의 장단점이 있지만 이는 읽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요약 : 혹시 위의 1화 요약을 읽고 엇, 했다면 이 만화는 단점을 감수하고도 읽어볼만 할 것이다.

상상(詳上)리뷰/고래가 읽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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