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리뷰] 이 책, 재발간 좀 해주시죠?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리뷰] 이 책, 재발간 좀 해주시죠?

박청경 | 2018. 4. 20. 12:00



  책은 주로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다. 만화책이던 소설책이던 장르에 상관없이 실물이 손에 들어와야지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책값이 많이 오른 반면 사람 값은 그다지 오르지 않아 책 한 권 사는게 두렵지만, 그래도 책은 역시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습관에는 한가지 약점이 있는데, 바로 책이 절판되면 구하기 힘들다는 것. 물론 출판사도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회사이고 안팔리는 옛날 책보다는 지금 잘나가는 베스트 셀러들을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비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절판된 명작들을 보며 이를 으득으득 갈고 있자니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오늘 소개할 책도 마찬가지. 2011년에 발간되어 이제는 새 책을 구할래야 구할 수가 없다. 중고 매물이야 있겠지만, 이 책을 그저 중고로나 구매할 법한 이야기로 놔두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일본어 원제는 가사사기 일행의 사계절(カササギたちの四季).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이름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국내에도 '달과 게',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등으로 발매되고 인기를 끌었었던 작가다. 그러나 이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만큼은 다른 책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매우, 현저히.


  이는 다른 작가의 필치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달과 게'나 '해바라기~'등은 매우 차가운 필치로 쓰였다고 한다.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의 인간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어떤 방황을 하는지 같은 이야기를 썼다고.


  이 책은 내가 미치오 슈스케를 접한 첫번째 책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 반신반의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작가가 정말 그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라는 작품을 쓴 사람이란말인가? 내가 알기로 그 작품은 매우 무겁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은 무겁기는 커녕 탱탱볼마냥 튕겨다닌다.


  일본어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계절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인공은 가사사기....가 아니라,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던 미대생 히구라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중고매장, 그 주인이 바로 가사사기다. 노고있던 히구라시를 데려다가 손때묻은 머피의 법칙을 들고 다니면서(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같이 중고매장을 개업했다. 


  가사사기 근처에는 항상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것을 명석한 두뇌로 해결한다. 중고매장에 자주 드나드는 여학생, 나미도 어떠한 사건을 가사사기가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그를 따라다닌다. 히구라시는 비유하자면, 셜록 홈즈의 왓슨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이 소설은 마음 편히, 그리고 가볍게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본래 소설의 목적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함임을 떠올려 본다면 이 작품은 그에 아주 부합한다. 가사사기는 재미있고, 히구라시는 맹하고, 나미는 통통 튄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반전이 있는게 서로서로 얽히며 재미있는 군상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게 너무도 아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지금, 오늘날에야 인기를 끌 수 있는 소설이다. 사람들은 너무 복잡한 세상에 지쳤고, 휴식처를 찾기를 원할 것이다. 소설을 좋아 하는 사람이라면 서점에서 코너를 죽 훑으며 무슨 소설을 살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중고 매물은 그런 지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즉 이 책은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면서도 잊혀지고 있는 책인 것이다. 이 글을 출판사 관계자들이 읽을 리는 없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두자면 정말 놓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그러니까, 재발간좀 해줬으면 좋겠다.

상상(詳上)리뷰/고래가 읽은 소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