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2. (180422)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산다이바나시 #2. (180422)

박청경 | 2018. 4. 22. 19:23

  "할아버지는 여기서 뭘 하고 계신거요?"

  "허허, 난 그냥 평범한 미장이일 뿐인데."

  "자신의 몸의 두배가 넘는 크기의 도구로 바닥을 도배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거참 누구라도 미장이라고 보겠네."

  "거기가 미장을 해야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하지. 자네, 할일 없으면 거기있는 먼지 좀 쓸어주겠나?"

  "음, 제가 해도 되는 겁니까?"

  "누가 하든 무슨 상관이겠나."

  "그렇기도 하군요."


  어려서부터 애늙은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성격이 애늙은이였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애늙은이 같은 점이리라. 아마 이런 성격이 도니 까닭은 그다지 유복하지만은 않은 집안 사정에 겹쳐 부모의 사업실패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뭐 흔히 있는 일이고 우리만 겪는 일도 아니다. 다만 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막노동일을 시작해야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동이라 먹일 입이 하나 더 있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공사장에서 막노동도 해보고, 어디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가끔 임금을 떼어 먹힐뻔한 일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떼인적은 없다. 고소할 여력은 안돼도 그들(돈 주는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 자신은 있었고, 은연중에 어필해 왔기 때문에 그들도 나에게 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이것도 애늙은이 같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모습이 어느 노인의 눈에 띄었다. 공장 근처에 인테리어 일을 하는, 노인의 말로는 미장이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은 평생을 미장일을 해왔지만 슬슬 은퇴를 마음먹고 있었고, 아들내미도 딸내미도 취직해 가게를 물려줄만한 사람을 찾고있었다고 한다. 

  나는 처음으로 가게를 가지게 되었다. 미장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어렸을때부터 애늙은이라는 말 외에 미적감각이나 손재주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노인도 공장 보수하러 왔을 때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맡길만 하다 판단했다고 한다. 아직 전면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노인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 이내에 내게 물려줄 것이라 했다. 

  

  "거참, 기묘한일도 다 있군."

  "저도 그렇게 생각하네요. 운이 따라준 거겠죠."

  "그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나?"

  "수개월 뒤 노인은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노인은 그 후 아들이 마련한 시골집에서 살다가 편히 잠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니아니, 그 노인 말고. 그 애늙은이는 어떻게 됐냐는 말이야."

  "...얼마안가 죽었습니다. 교통사고죠."

  "...그렇겠지. 그래서 자네가 여기에 와있는 것이고."

  미장이는 고개를 들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그 노인과 전혀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왠지 똑같아보였다. 아마 내면적으로 닮았기 때문일까.

  "다시 인사하면...나는 미장이 겸 신이네. 여기서 죽은 사람들을 환생으로 안내해주고 있지."

  "'겸' 이라니. 신이라는게 그렇게 가벼운 단어였던가요."

  "신, 이니. 만물은 나이고 나는 만물일세. 자네조차도 말이지.자네가 가장 익숙할 모습으로 등장해 자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인식시키기 위해 이렇게 나왔네."

  "그러시군요."

  "거참 나이에 맞지않게 정말 늙은 모양이구만. 하여튼 미장일도 다 끝났고...먼지는 다 치웠나?"

  "이 먼지는..."

  "삶에 대한 미련이지. 그게 남아있으면 환생이 어렵거든. 그래서 최대한 깨끗하게, 새로운 망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렇다보니 미장일도 하는거고."

  "...그러시군요. 참 바쁘시겠습니다."

  "그렇지! 자네 말고도 오늘 죽은 사람은 많네. 그들을 하나하나 직접 마중가야하는 게 영 귀찮긴 하지만 일이니 어쩌겠어. 자네는 이미 충분히 횐생할만큼 미련을 떨쳐냈으니 나가면 되네. 그럼 먼저 감세."

  그러고는 미장이는 걸어나가 인간도(人間道)라 쓰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아 도령님! 어제 죽은 미장이의 혼은 어떻게...

  "미련 정화 끝났다. 인간도로 갔어."

  -그렇군요... 분명 나이는 젊은데 혼 만큼은 상당히 늙어잇어서 놀랐죠.

  "보이진 않지만 혼도 육체처럼 늙어. 상당한 고생을 한 거겠지.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주 먼지 밭이더라. 결국은 스스로 다 지우기는 했지만."

  -그랬군요...어쨌거나 수고하셨어요, 도령님!

  "오냐."


주제단어 : 먼지, 혼, 도배

시간 :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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