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4. (180429)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산다이바나시 #4. (180429)

박청경 | 2018. 4. 29. 19:57



    입학한 고등학교는 벚꽃을 많이도 심어 놓아서, 개화할 때 쯤이면 바람이 꽃바람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관심은 없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런 꽃 따위보다는 돌고 있는 한가지 묘한 소문이다. 그 고등학교 옆에는 제법 규모가 되는 시민 수영장이 있는데, 개학할 때 쯤에는 항상 벚꽃잎이 가득 물에 뜬다는 것이었다. 벚꽃은 4월 초에 피는데 개학은 3월 2일에 한다. '필리가 없는 벚꽃잎아 가득하다'라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시민 수영장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벚꽃잎 치우는게 귀찮다고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수수께끼다. 나는 그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자 입학하는날 친구들과의 파티도 걷어차고 그 수영장으로 향했다. 카운터에서 천천히 지폐를 세고 있던 할머니는 짐도 없이 교복차림으로 수영장에 온 나를 묘하게 쳐다보기는 했지만 이내 표를 내주었다. 어쩌면 나처럼 소문에 이끌려 온 사람도 꽤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탈의실을 지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수영이 목적은 아니었으므로 갈아입을 수영복 따위는 없었다. 수영장은 의외로 넓었고, 바로 옆의 학교도 눈에 띄었다. 확실히 벚꽃이 피었을 때는 바람에 날린 벚꽃잎이 날아들어올만하다. 하지만 벚나무에는 꽃은 커녕 잎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벚꽃잎은 대체 어디서 날아왔다는 말인가? 일단 벚꽃잎이 진짜로 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수면 가까이로 갔다. 거기에는 내가 입학한 학교와 만개한 벛꽃이 마치 거울처럼-

  잠깐, 벚꽃이라고?

  그 순간 나는 발을 미끄러져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


  '뭐야, 너도 신입생이니? 입학식 곧 시작하니까 어서 가자.'

  '야! 학생회장! 할망한테 학비는 제대로 걷어왔어?'

  '곧 준대! 바깥의 학교랑 개학일이 겹쳐서 어수선하니 조금 기다려달라던데.'

  '그 할망구, 갈 때가 다 됐나? 간이 배밖으로 나왔네. ...그나저나, 걔는 누구야?'

  '어? 신입생...아냐?'

  '멍청아, 쟤 이름표 안보여? 오른쪽에 붙어 있잖아!'

  '엇, 그러고 보니...그럼 설마...'

  '어서 돌려 보내지 못해!'


  "푸핫! 켁, 케헥, 콜록콜록쿨럭커헉..."

  "얘얘, 꼬맹아. 아무리 물이 좋다지만 옷입고 다이빙하면 못 쓴다, 못 써. 물이 더러워지잖냐. 청소는 네가 할테냐? 그러려고 들어간게지?"

  방금 뭐였지? 간신히 수영장의 난간을 붙잡은 나는 지폐다발을 든 할머니가 쯧쯧 혀를 차는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수면은 매우 크게 흔들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벚꽃잎이 둥둥...

  "허억!"

  "저거 다 치워라. 뜰채 줄 테니까 말이야, 다 건지고 염소도 풀고."

  결국 해방된 건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할머니에게 방금 본 것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당연하게도 전혀 믿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갈 때가 다 됐나?'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어쩐지 헬쑥해진 듯 했지만...

  그 이후로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본 것은 잊혀지지 않았다.

  1년 뒤에, 한 번 더 가볼까.


제단어 : 벚꽃, 수영장, 거울

시간 :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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