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리뷰] 스포츠 만화인데 회전 회오리 스파이크는 어디갔나요?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하이큐!! 리뷰] 스포츠 만화인데 회전 회오리 스파이크는 어디갔나요?

박청경 | 2018. 3. 16. 07:00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으로 쓰겠으나 거슬리다 싶으신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십시오."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는 차고 넘치도록 많다. 농구하면 슬램덩크나 쿠로코의 농구, 야구는 메이저와 H2, 축구 또한 에어리어의 기사나 엔젤 보이스등, 몇몇만 꼽았지만 무궁무진하게 많다. 마이너한 럭비를 소재로 한 ALL OUT!!도 있다. 


  어느 것이나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아니, 훌륭한 작품들이라고 들었지만, 아쉽게도 어느 것도 제대로 본 작품은 없었다. 어째서냐 하면 '스포츠 만화'라는 것에 대해 상당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체 인도어 파였던지라, 초등학교때 반 애들이 전부 축구를 하러 나간대도 그냥 됐다카고 교실에서 만화나 읽어댔다. 처음 봤던 스포츠 만화라고 할 만한 것은 '테니스의 왕자'지만, 그것도 제대로 본 게 아니라 사촌 누나인지가 보던 것을 슬쩍 지나가면서 보거나 했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 스포츠 만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은 단순했다. "천재에 초 미남인 주인공이 나와서 슉! 퓽! 하지만 상대도 초 천재미남! 아 아무튼 최강!" 왜 그렇게 삐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정말 이해가지 않는다. 


  만화에 대해서 개방적이게 되고 많이 보기 시작했던 10대 때에도 그 생각은 오히려 구체화 되었는데, 당시에 그런 생각을 부추겨준 작품이 '신 테니스의 왕자'였다. 공간을 가른다거나 블랙홀이 어쩌구, 심지어 사람이 죽어나간다질 않나.


  무슨 피구왕 통키도 아니고 하며 스포츠 만화에 대해서 학을 뗀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을 겨냥한 이나즈마 일레븐은 그렇다 치더라도, 명백히 십대 중후반을 노린 그림체 였으면서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그런 놈이 어째서인가 또 스포츠 만화를 집어들었다. 딱히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단순히 잘생긴 남자들만 튀어나오는 게 아니고 웬 빡빡이도 나온대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1권을 집어들고, 1화를 봤을 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아직 몰랐다. 만화 뿐 아니라 소설까지 구매하고 애니까지 몇번이고 반복해서 볼 게 될 줄은.


  하이큐는 배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이다. 이름부터가 배구(排球)를 일본어발음(はいきゅう)으로 읽은 것이다. 다만 현실도 작중에서도 배구를 하이큐라고 부르지는 않고, 주로 영어인 volleyball을 줄인 바레(バレー)로 부른다. 최근에 29권이 나왔으며 애니메이션은 3기까지 대호평으로 방영되었다. 



 ◎ 1화 요약...(스포일러 주의!)

  키가 작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주인공 '히나타 쇼요'와, 키도 크고 실력은 좋지만 협력이 필수인 배구라는 종목에서 독고다이로 플레이 하는 라이벌 '카게야마 토비오'. 이 둘은 태생부터가 다르다. '사람이 모자라서 출전도 겨우겨우 하는 중학교' vs '언제나 지역 대회 우승 후보인데다 전국 대회도 노릴 수 있는 중학교' 라는 구도는 스포츠를 다루는 만화에선 결코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하이큐는 첫 화부터 이 구도를 사용한다. 


  그리고, 주인공 쇼요의 학교는 철저하게 박살난다. 배구를 할수 있는 최소한의 멤버인 6명도 겨우 맞추고, 심지어 두 명은 어제 처음 배구공을 만져본 인물로 룰도 잘 모른다. 주인공 파워로 밀고나가서 점수를 따나 했더니 그 주인공 파워로 날린 마지막 스파이크로 점수를 잃고 패배한다.


  라이벌 카게야마 만큼은 조롱을 하는 상대편 선수와 다르게 히나타의 잠재력을 알아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형편없는 실력을 보고 안타까움 반, 실망 반으로 "중학교 3년 동안 뭘 한거냐"며 소리친다. 이후 모든 시합이 마무리되고 해가 지면서,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너는, 내가 쓰러뜨린다"고 선언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열정적이지만 약간 부족한 주인공. 거의 완벽해보이는 라이벌. 투톱 주인공 체제로 이 둘이 이제 고등학교로 올라가서 제대로 부딪히겠지. 하지만...


  이 둘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 하이큐!! 의 특장점!

  여기까지가 하이큐 1화의 요약이다. 이 부분이 하이큐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인 것이, 스토리를 제공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읽는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하이큐는 첫 화에 이것을 터뜨려버린다.


  누가봐도 주인공과 라이벌 관계였던 둘을, 서로 파트너 관계로 협력하지 않을 수 밖에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것을 첫 화에 배치한 것은 이후의 이야기를 독자가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하이큐 또한 만화이기에 과장된 표현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주인공 버프를 받는 히나타와 카게야마는 작중에서도 두드러지게 괴물임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 나이대에 비해 괴물이라는 것이다. 괴물같은 점프력이나, 괴물같은 파워는 확실히 대단하지만 인간이 할수 없는 것은 아니다(공간을 잘라서 스파이크를 쏘지는 않는다). 


  단순히 TV중계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구도와 표현력으로 스파이크나 서브가 마치 땅도 가르고 사람도 죽일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디까지나 단순한 스파이크, 단순한 서브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실제로도 그 막을 수 없어보이는 서브, 스파이크가 결국은 막힌다. 그래놓고 지나가는 말로 '단순한 1점이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천연덕스러움에는 실소가 나온다.


  두 주인공 얘기를 해보자. 작가는 의도적으로 두 주인공에게 부족한 면을 부여하고, 그것을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자신의 엄청난 운동신경이라든지 엄청난 재능이라든지 하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서. 때로는 무릎도 꿇고, 좌절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서 공을 들어올린다.


  히나타도 카게야마도 아무리 작중 캐릭터들이 괴물괴물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본 독자입장에서는 그들은 괴물이라 불리게에 걸맞는 성장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아므로 깊이 공감할 수 있 많은 천재 캐릭터들은 독자가 공감하지 못하기에 공감시키기 위해 평범한 친구를 옆에 배치하는 것을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이야기를 잘 진전시키는 지 알 수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하이큐는 조연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스포츠 만화에서 대회는 빼놓을 수 없는 흥행요소지만, 보통 어차피 지고 사라질 캐릭터인 상대팀들에게 시간을 쏟지는 않는다. 상대가 라이벌 팀이라거나 결승전이라거나 하는 흥분되는 시합의 발판에 불과할 뿐이므로 주인공들이 상대하는 조연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이큐는 주인공의 첫 공식 시합에서 패퇴한 팀의 드라마를 강조하고, 그날 패배해 사라진 팀들을 모두(46개 팀중 패배한 23팀) 한 컷씩 그려넣는다. 그리고 나오는 대사, "우리도 했어, 배구를." 아무리 약한 팀이더라도, 전국에 가는 건 주인공 팀이더라도, 그들이 배구에 모든 인생을 걸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이 배구에게 청춘의 한장을 바쳤다는 사실만큼은 주인공들과 다름이 없음을 작가는 훌륭하게 표현해 낸다. 



  ◎하이큐의 단점?

  리뷰하는 입장에서 단점을 찾는 것이 의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발된 단행본의 번역상태 정도가 거의 유일한 단점일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일단 상정해두어야 하는 것은 리뷰 작성자가 상당히 중증의 하이큐 팬이므로, 콩깍지가 씌인 상태에서 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큐는 그 흔한 파워인플레도 없고, 주인공 원맨쇼도 아니며 오히려 주인공인 히나타가 땅바닥을 기다못해 구른다. 단순히 조연으로 소모되는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으며 그렇다고 조역에게 신경쓰느라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옅어지지도 않는다.


  이미 졸업하고 고교배구를 떠난 사람이라도 절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 회상에만 등장하는 사람인줄 알았더니 중요할 때 나타난다. 이정도 성장했으면 주인공도 완성된거 아냐? 하는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맹점을 짚고 그보다 더 위로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주인공 팀이 이기는지 상대가 이기는지 알 수가 없다. 마지막 한 점에서는 독자들을 단 1초도 숨을 못쉬게 만들며, 공이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큰 숨을 내쉬게 만든다. 이는 배구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정지된 화면인 만화에서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표현해낸 후루다테 하루이치 작가에게 찬양을 보내고 싶다.


  일본에선 연재하는 만화인 만큼 전개가 늘어진다거나 한 경기로 대체 몇 화를 쓰는 것인가 하는(한경기에 1년이 넘게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만이 있다고 하지만 단행본으로 사서본다면 그다지 거슬리는 속도는 아니다.


  아까 언급한 번역 문제는 좀 심각한데, 오타가 드문드문 보이는 데다가 일본어의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한 직역을 정정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나간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작중 등장하는 동네 매점 이름이 '사카노시타 상점'인데, 이를 직역하여 '언덕 밑 상점'으로 번역해 놓았으나 이는 오류이다.


   사카노시타는 그 매점 주인의 성이므로 그냥 소리나는 데로 쓰면 되는 것을 굳이 번역하여 달았다. 또한 일본에서는 성으로 부르는 것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의 의미차이가 큰데 캐릭터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전부 성으로 통일해버린 것도 문제가 있다(다만 이쪽은 일본 이름에 익숙지 않은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도 볼 수 있다).


  아예 오역을 해버린 사례도 몇몇 있으며, 진중한 캐릭터가 조용히 투지를 불태우는 대사를 "기분 째진다"고 번역해 놓은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나마 최신본에서는 오타나 실수등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일본어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거슬려 하는 것이지 단순히 만화만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 본다. 


  만약 누군가 일본 만화를 추천해 달라 한다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9할 정도 한테는 하이큐를 추천하고 싶다. 그만한 보편적 재미를 이 작품은 가지고 있다. 머리를 비우고 봐고, 생각을 하면서 봐도 재밌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약 : 필히 한번 보시라. 하이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상상(詳上)리뷰/고래가 읽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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