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이 가지는 힘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픽션이 가지는 힘

박청경 | 2018. 3. 21. 15:58




  픽션은 허구다. 가짜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현실이 아닌 것'이 정확한 의미이다.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해도,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허구의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캐릭터를 소위 '빨아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어차피 가짜인데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 일 터이다. 

  그렇다면 현실에 살고있는 우리들은 어째서 허구의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히어로가 나와서 레이져를 쏘고 싸우는 영화나, 그저 회사에서 부조리를 감내해가는 만화나, 어린애들이 대모험을 펼치는 소설에 열광한다. 픽션은 허구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에 있는 인간의 마음을 바꾸고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어째서인가?

  어쩌면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호모 루덴스, 인간은 원래 놀기위해 태어났다는 말처럼 그저 즐겁기 때문에 픽션에 열광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사견을 덧붙이자면 우리는 호모 루덴스로 태어났는데, 호모 루덴스로 살지 못하고 있다. 이 세계, 사회라는 것은 인간에게, 사람에게 단순히 놀게 놔두지 않는다. 놀고 싶어도 현실이라는 벽은 자동으로 사람을 일하게 만든다. 

  그렇게 본다면 사람이 픽션에 열광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픽션은 사람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이며, 그 안에선 무엇이든 가능하다. '어차피 허구니까'라는 말은 발목이 묶인 사람의 창의력을 해방시킨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호모 루덴스로 살아가는 것을 픽션세계에서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픽션을 보고 울고 웃는다. 화내고, 위로받는다. 그래서 픽션이 가지는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상상(常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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