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6. (180508)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산다이바나시 #6. (180508)

박청경 | 2018. 5. 8. 18:19


  "이건, 뭐라고 부르는 거야?"

  "그건 바퀴라고 해."

  "바퀴는, 어디에 쓰여?"

  "...글쎄, 어디든 쓰이겠지..."

  천진난만한 아이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이는 이윽고 바닥에 있는 그림을 하나 주워든다.

  "이건 뭐야?"

  "음, 뭐라고 쓰여있는거 같은데...가...과...과자. 과자구나."

  "과자? 가 뭐야?"

  "음...맛있는 음식이야."

  "언니가 해주는 것보다 더 맛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아이는 눈을 반짝인다. 쥐고있던 바퀴를 봉다리에 넣어놓고는 그 바닥의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미 속은 다 비었고 진흙으로 더러워진 그림이지만, 아이는 신경쓰지 않는다.

  "저어기, 좌판에서 팔고있지 않았을까 싶네...판매원이 이젠 살 수도 없지만 말이지."

  "아쉽네, 언니."

  "그러게, 아쉽네."

  아이는 밖을 나오는게 처음이다. 항상 방에서 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역할이었다. 발작이니 뭐니 하는 거 때문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상태도 좋고 끝까지 떼쓴 결과 나올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는 바깥이 궁금한 것보단 언니와 떨어지기 싫었던 것 뿐이다. 그래서 "이제 집에 가자."라는 언니의 말에 군소리 없이 따를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집에 도착하고, 아이의 언니는 장작으로 불을 땐다. 어스름하니 밝아진 집, 아이는 불 앞에서 노곤노곤해지고, 언니는 저녁을 준비한다.

  먹어야 살기 때문에.

  아이가 주운, 그리고 언니도 주운, 바퀴벌레를 자르고 손질해 굽고 찌고 요리한다. 최대한 벌레처럼 보이지 않도록.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지구의 생명체가 거의 다 죽어나가고 터득한, 생존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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