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후.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1861~1941)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에
마음을 다해 나의 시를 읽고 있는 독자여,
당신은 누구입니까?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에.
이른 봄, 이 아침의 기쁘고도
어렴풋한 꽃향기를,
오늘 피어난 꽃을, 새들의 노래를
오늘의 저 심홍색 광채를, 나는
마음속 사랑을 담아 당신에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에.
그래도 가끔은 남쪽 문을 열고
창가에 앉아,
머나먼 지평의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마음에 떠올려 보십시오.
백 년 전의 어느 날
두근거리는 환희가 펼쳐지고, 하늘 어딘가에서 머물러 찾아와
세계의 심장을 만난 날의 일을.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되어 가슴을 고동치던
그 젊은 날, 이른 봄날을.
퍼덕이는 날개에 꽃가루 향기를 한 아름 싣고
남녘의 바람이
어렴풋이 불어오는 청춘의 색조로
대지를 붉게 물들입니다.
당신의 시대에서 백 년 전에.
그날 생명이 소용돌이치고 마음에 노래가 흘러넘쳐
드디어 시인이 눈을 뜨니
얼마나 사랑을 담아 얼마나 많은 말들을
꽃처럼 피웠을까요!
백 년 전의 어느 날.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
당신의 집에서
노래하는 새로운 시인은 누구일까요?
오늘의 봄이 환희에 차 건네는 인사를
나는 그 사람에게 보냅니다.
내 봄의 노래가 한동안 당신의 봄날에 울려 퍼지기를.
당신의 심장이 고동칠 때, 어린 벌들이 윙윙거리는 속에서
나뭇잎들이 사각거리는 속에서 울려 퍼지기를.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
예전 블로그에 남겨놓았던 시 한 구.
타고르가 이 시를 언제 썼는지는 잘 모르나, 그럭저럭 백년은 지났을 터다. 적어도 그 가까운 시간이 흘렀을 터다.
그렇다면 이 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말이 된다.
타고르가 보낸 백년 후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우리는 다시 그 편지를 우리로부터 백년 후에게 보내게 될 것이다.
문학이 불멸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곧 봄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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