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으로 글 쓰기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즉흥적으로 글 쓰기

박청경 | 2018. 4. 10. 16:27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 생각난대로 하는 행동 등은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여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알아보고, 준비하고, 대처해서 하는 행위를 좋게 생각하는 풍토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스펙등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등의 경쟁을 일삼을 리가 없으니.


  이상한 것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는 이 즉흥적이라는 것이 상당히 먹힌다는 점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주제, 생각난대로 쓴 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그냥 툭툭 나오는대로 쓴 글 쪽이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쓴 글 보다 더 마음에 꽂힌다.


  유시민 작가가 항소이유서를 쓸 때의 비화를 들어보면 그 당시 상황상 퇴고없이 한번에 써야만 했다고 한다. 먹지로 세 부를 작성해야 했는지라 퇴고고 뭐고 머릿속에서 생각한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이라는 사람의 천재성을 드러낸 글이라고 한 항소이유서. 그 또한 즉흥적으로, 생각난대로 쓰인 글이었다.


  생각난대로, 즉흥적으로 쓴다는 것은 다시말해 작자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이 흘러 넘치는 것이다. 사람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됨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그릇에 맞춰나가고 만다. 그 그릇에서 해방되어 쓴 글은 그만큼 진정성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즉흥적으로 생각난대로 쓰는 것을 그다지 겁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에 수반하는 책임을 지기만 한다면. 무엇을 감추랴, 이 글도 그냥 생각난 대로 썼다.

상상(常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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