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star - 이어폰과 매미소리(イヤホンと蝉時雨)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Orangestar - 이어폰과 매미소리(イヤホンと蝉時雨)

박청경 | 2018. 3. 13. 18:48





  아직 이른 것은 알지만 오늘은 이 노래가 어울린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춥다, 춥다 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특별하게 따끈따끈하다. 그닥 두껍게 입지 않았던 나조차 오늘은 후덥지근한 느낌을 곳곳에서 느꼈다.

  일본의 여름을 적당히 구분하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하나는 온통 습기가 가득찬 비오는 여름이며 다른 하나는 매미소리 울려퍼지는 뜨거운 여름이다.

  이어폰과 매미소리 그 중간지점에 위치한 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제목의 蝉時雨를 직역하면 제목과 같이 '매미소리'가 되지만 따져보면 時雨라는 단어는 소낙비라는 뜻도 있으니 정확히 하자면 '소낙비내리듯 쏟아지는 매미소리' 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단순히 매미소리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원어의 느낌을 살린다고 제목의 템포를 바꿔서는 안되기 때문이었겠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느껴지듯이 배경에서 들려오는 드럼소리가 매미소리 같기도, 빗소리 같기도 한 것을 보면 어쩔수 없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의 여름이 가지는 특유의 그 느낌을 다채롭다는 한국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일본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지는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라 멋대로 생각해본다.

  일본의 만화나 소설들을 보면 가장 개성이 강한 계절이 여름이고, 그 다음이 봄이다. 일본 만화가 대부분 10~2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신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인 봄이 강조되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 봄에서 시작되는 에너지를(여기서의 에너지는 부정적인 에너지도 포함한다) 끌고 터뜨려버리는 계절은 대부분 여름이다. 가을이나 겨울에 터뜨리진 않는다.

  물론 현실 일본의 겨울에는 고교 입시나 대학 입시가 있어서 에너지를 터뜨릴 짬이 안나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이미 일본의 여름은 하나의 특수한 현상, 혹은 특별한 기간이라는 문화가 형성되어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직역하기에는 아까운, 그렇다고 느낌을 살리기에도 쉽지않은 蝉時雨같은 단어가 있는 게 아닐까.


상상(常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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