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r - 나비매듭

푸른고래의 상상하다.

Aimer - 나비매듭

박청경 | 2018. 3. 16. 20:08


   


  가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는 것들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연결되어 나름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아마 연상작용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하나의 대상을 통해 생각이 꼬리처럼 물고 물고 연결되어 전혀 관련 없어보이던 것이 서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Aimer의 나비매듭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남서쪽 진도에 누워있는 배를 떠올렸다. 


  전혀 상관없던 그 일과  이 노래는 내 머릿속에서 매듭과 리본이라는 아주 간단한 연상작용으로 연결되어, 이후로는 거의 필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만다.


  그때, 그 당시, 그 시각.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스마트폰을 반납하지 않았던 녀석들이나 선생님을 통해 들었던 전원구조. 그리고 잊어버렸던 것. 그럼 됐지뭐.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온 집에서는 컴퓨터를 켤 새도, 폰을 만지작 거릴 새도 없이 잠들었다.


  그날, 같은 나라에 살았던 동갑내기들이, 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 버렸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 내일을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에 있을 영어수업. 그 다음은 수학이던가. 그리고 나서는 밥을 먹자. 점심을......


  대학에 진학을 했어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만약, 얼굴도 모르던 그녀석들이 그 배를 타지 않았었다면 나와 같은 동기가 되어서 술도 마시고 수업도 째고 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


  그 세대들은 누구나 그 마음에 리본 하나를 달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애써 보지 않으려는 이도 있을 것이고, 뜯어내어 버리려는 이도 있을 것이고, 보면서 하염없이 우는 이도 있을 것이고, 담담히 일상을 지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노란 리본은 스스로 묶여 나비가 되어 날아가기 전에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면 있을 것이다. 


  저주라 하면 저주이고, 축복이라 하면 축복이다. 그것에 이름을 붙일 깜냥은 없지만, 한가지 단언 할 수 있는 것은 그 리본이 아직 리본인 채로 남아있는 한 우리는 그들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 이다. 하지만, 형태는 바뀔지라도, 그것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상상(常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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